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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03년을 기억한다. – 배달호 열사를 중심으로

작성자 추모연대 등록일 2023-02-07 조회수 78회 댓글수 0건

2003년을 기억한다. – 배달호 열사를 중심으로 


문재훈 서울남부노동상담센터 소장


우리 역사에서 ‘열사정국’이라 일컬어지는 시기가 있다. 1991년, 2003년, 2013년이다. 강경대 열사의 죽음으로 시작된 1991년 열사정국은 김영삼 등이 3당 야합을 통한 지배 기득권의 유지하려는 역공에 맞선 저항이자 절박한 호소로서 죽음이었다. 2013년은 박근혜 집권이 가져온 절망이 불러온 죽음의 행렬이었다. 

 

두 열사 정국이 정치적 정세가 불러 온 것이라면 2003년 열사정국은 97년 환란이후 신자유주의적 지배 체제의 전환이 정리해고 비정규직 도입을 넘어 공기업 민(사)영화로 완성되는 시기, 노동운동에 대한 대대적 탄압에 대한 저항이었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부터 한진중공업 김주익, 곽재규 열사, 근로복지공단의 이용석 열사, 그리고 세원테크지회 이현중, 이해남 열사에 이르기까지, 손배가압류, 구속수배, 비정규 양산 노조 파괴 책동 등 끝도 보이지 않는 노동탄압에 맞선 비장한 죽음이었다. 그 2003년이 벌써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20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촛불을 들어 정권을 바꾸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미국의 일극 패권체제인 ‘신자유주의’적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경제 규모나 능력은 세계 10위 선진국이라 하는데 산재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나라 헬 지옥에 에 살고 있을 뿐이다. 

  

2003년 열사 정국의 시작은 ‘배달호 열사’다. 배달호 열사의 죽음을 만든 조건과 상황은 신자유주의 참혹과 더불어 형식적 민주주의 얼굴은 한 민주당 정권이 속으로 노동자를 어떻게 죽여갔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두산중공업노조 조합원 배달호 열사는 2002년 부당한 해고와 징계 등에 맞서 싸우다 7월에 구속되고 9월에 출소한다. 회사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고소, 고발하여 징역을 살게 하는 것도 모자라 열사의 집 등 모든 재산과 임금을 가압류했다. 생계가 어려워진 열사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회사 복지기금에 대출 요구를 하였으나 가압류자는 대출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연이어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고 2002년 12월 26일에 현장에 복귀했으나 현장에서 열사를 기다린 것은 관리자와 노무 팀의 배척과 통제, 감시를 통한 철저한 집단 따돌림이었다. 동료들은 회사 눈치를 보며 가까이 오지 못했고 그런 상태에서 회사는 노조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각서까지 요구했다. 손배 가압류, 집단 왕따 그리고 굴욕적 노조 활동 포기 각서까지 열사의 죽음은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의 노조 파괴 탄압이 만든 지옥에 대한 저항으로서 죽음이었다.   

 

노무현 정권과 자본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김대중 정권의 정리해고 파견 노동의 도입에 이어 공기업 민(사)영화와 이은 구조 조정를 강행했다. 이를 위해 외주화 용역화 대량 해고 징계 등이 일상적으로 동원되었다. 이에 저항하는 민주노조를 파괴하여 노조의 자주성과 민주성을 제거하려 했다. 두산재벌도 금속노조를 인정치 않고 교섭을 거부하고 ‘신노사문화정책’이란 이름의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지 않았으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조직적으로 방해하였고,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해고 18명을 포함하여 620명을 징계하는 대대적 탄압을 한다. 이때 부각된 것이 파업에 대한 파괴 무기로 노조도 아니고 조합원 개인까지 부쳐진 ‘손배 가압류’ 조치다. 두산재벌은 노사합의에도 78억 원에 달하는 손배 가압류를 조합비 뿐 아니라 개인의 재산과 급여까지 차압하여 노동자 자신 뿐 아니라 가족까지 생계까지 파탄에 빠지게 하였다. 

 

빨갱이가 되면 3대가 망한다는 식의 슬픈 역사가 민주노조활동을 하면 집안가지 망하게 한다는 것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후 이 못된 놈은 관행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며 사법부등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 기구가 동원된다. 그리하여 2022년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도 손배 가압류는 여전히 노동자들을 숨통을 조르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대한 권리를 도로교통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편법이자 사회법적 권리를 일반법적 영역으로 되돌린 퇴행이다. 사회적 법 권리인 집회 및 시위의 권리가 일반법적 규정인 도로 교통법과 충돌할 때 집회 및 시위의 권리가 우선이란 말이다. 


이것은 돈과 권력의 반칙이 가능한 ‘소유권’ 중심의 법체계에서 민주와 인권이 신장하면서 확보한 법 원리다. 마찬가지고 노동권 즉 파업의 권리와 회사의 소유권 ‘영업의 권리’가 충돌하면 당연히 노동권이 우선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이 오랜 민주주의 역사가 구축한 원칙을 한순간에 뒤엎었다.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손배 가압류라는 민법적 원리로 막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1987년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말이다. 이런 퇴행이 법 제도적으로 완성된 시기는 놀랍게도 다 민주당 정권 시절이다. 야당 때 반대를 하다 여당이 되면 찬성을 하는 민주당식 정책이 만든 역사적 비극이자 한계이고 그것은 곧 노동자 민중에 대한 구조적 억압이 된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는 노조법 2조, 3조 개정을 위한 천막 농성이 추위를 견디고 있다. 그 중 3조의 내용이 무분별한 손배 가압류 탄압에 대한 시정 요구다. 배달호 열사와 김주익 곽재규 열사로 이어진 신자유주체제의 야만에 대한 저항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절박한 과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빚 좋은 개살구도 아니고 빛도 없는 썩은 개살구가 되었다는 말이다. 열사들 앞에 살아 있는 우리가 부끄럽고 미안한 이유다. 


2023년은 열사정신이 살아 있는 노동자들의 심장과 눈빛에 어느 때보다 강하게 새겨져야 하는 해다. 당당하게 투쟁에 나서며, 단결을 축으로 연대로 하나 되는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 그 역사적 흐름의 중심에는 물러서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며 직진했던 열사정신이 절실하다. 


호루라기를 불어 투쟁을 고무했던 배달호 열사의 호각소리가 필요한 이유다. 파국이냐 새로운 민주주의의 개척이냐 갈림길에서 우리가 열사정신을 되새겨야 할 이유다.

 

img.jpg지난 1월 28일(토) 윤주형열사 10주기 추모제에서 문재훈 소장이 열사묘역 탐방 안내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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